3주년 소감문 (1) - 신뢰와 사랑
난 지금 행복합니다.
난 지금 자유롭습니다.
난 지금 감사합니다.
세상의 눈으로 나를 본다면 이렇습니다.
도박중독자인 남편과 이십 여년을 살았고, 단도박 3년째이며,
아들이 현재 스포츠 토토를 하고 있습니다.
17평짜리 전월세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재산은 얼마간의 은행채무가 있을 뿐입니다.
아들은 지방에서 일하고 있고,
딸은 결혼했기 때문에 남편과 둘이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퇴근 후 운동을 하고 늦게 귀가합니다.
혼자 저녁을 먹을 때가 많습니다.
그제 저녁은 수영하고 왕만두가 먹음직스러워서 만두로 저녁을 먹었고
어제는 민들레 나물과 부추절이, 우렁 된장에 들기름을 넣고 비벼서
쑥국과 함께 먹었습니다.
혼자 먹지만 행복한 시간들입니다.
남편이 늦게 와서 함께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나를 챙깁니다.
'내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처럼,
그도 열정적인 운동(테니스)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보다'라고 생각합니다.
날마다 운동을 하고, 술자리를 함께 하며 어울리는 남편을
판단하지 않으려 합니다.
오직 나의 마음을 챙기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리고 남편의 속마음도 알아주려 애씁니다.
'인생! 짧디 짧은 여행길,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들'
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니, 나도 남편도 참 사랑스럽습니다.
전에는 맘에 안드는 부분이 보이고,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던 것도
'참 애쓴다' 는 생각과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스킨쉽도 하게 됩니다.
그래도 일이 좀 힘들거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생기면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며칠 전, 40kg 현미를 패트병에 담는 일을 혼자했습니다.
좁은 입구에 혼자 쌀을 담으며 힘이 들었습니다.
잡아주면 좋을 텐데, 혼자서 쌀자루를 들고 담는데
나중에는 허리도 아프고 화가 났습니다.
그럴때는 '내가 힘들고 짜증났다'는 것을 말합니다.
도움을 받고 싶다고, 이런 이런 일을 도와달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전에는 계절이 바뀔때 남편 옷을 챙기는 것을 제가 했었는데
이제는 남편 옷은 남편이 챙기도록 부탁했습니다.
옷을 드라이 맡기고, 철지난 옷을 넣고 꺼내는 일을 각자 합니다.
일은 할 수 있는 만큼씩 합니다.
식사준비든, 청소든 몸이나 마음에 무리가 가지 않을 만큼만 합니다.
먼저 내 마음을 챙기고, 남편 마음도 챙깁니다.
아들이 토토를 하게 되어, 학교를 중단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일을 시작하면서 아들과 합의 하에 급여를 제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1주일에 4~5번씩 나눠서 쓸 돈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친구가 찾아간다거나, 결혼식 참석, 교회 행사 등으로 특별 용돈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정해진 용돈을 보내는 것은 둘이 합의한대로 보내면 되는데,
특별용돈이 필요할때는 좀 신경이 쓰입니다.
얼마전에 친구가 찾아오기로 했으니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보냈지만,
친구가 오기전에 토토로 날려버리고 힘들어했습니다.
이번주에도 주말에 교회 청년부에서 야외행사가 있다고 했습니다.
흔쾌히 오케이를 했었는데, 주말에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하니
행사가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비가 오는데, 행사를 하는지 물어봐야 되나?'
'그냥 믿고 보내줘야되나?'
결론은 '무한신뢰를 보여주자' 입니다.
설혹 그가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토토를 하더라도
그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신앙생활에 대한 것이라서 보내주기로 이미 약속한 것이므로,
이럴 때는 의심하지 말고, 더 묻지도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과 인정'을 먹고 자란다고 생각합니다.
중독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특별히 '사랑과 인정'에 목마른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언젠가 결핍되어진 '사랑과 인정'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리게 한 것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더 '무한 신뢰'와 '사랑'이 필요한데,
중독행위는 더욱 그런 것과 멀어지게 함으로,
중독행위와 의심, 무시, 경멸 등의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됩니다.
그 고리를 끊기 위해,
먼저 내가 행복해지고, 자유로와져야 합니다.
그리고, 중독행위와 사람을 구분해서
사람에게는 신뢰와 사랑으로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3주년 소감문을 준비하면서
떠오른 화두는 '신뢰와 사랑' 입니다.
긴~긴 겨울,
모진 바람 불고,
두껍게 쌓인 눈이 녹을 것 같지 않았던 날에도
그 속에 새싹이,
꽃 눈이 숨겨있었던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출처 - http://cafe.daum.net/atlantakoreanga/IxnU/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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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여사님들 소감문이 더 좋아집니다 ㅎㅎ
중독자를 인정하고 자신을 알아차리는 그 모습에 깊은 찬사를 보냅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여사님의 마음을 공감하기도 하며 마치 제 일인양...
여사님처럼 저도 행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거구나...생각이 들었습니다.
무한 신뢰와 사랑...
3주년 축하축하 드립니다...그리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