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년 소감문 (2) - 폭풍우
4월에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봄기운에 평온했던 나무들이 흔들립니다.
평안과 감사의 소감문을 오늘 아침에 썼습니다.
그 잔잔한 일상의 소감문에 덧붙일 비바람이 불어닥쳤습니다.
새벽3시경에 귀가해서 잠들었던 남편이 일어나, 의자에 걸쳐놨던 양복을 챙기면서,
바지걸이가 없다고 짜증스럽게 말했습니다.
마 갈아놓은 것을 줄려고 챙기다가, 얼마 전 사뒀던 바지걸이가 생각나서
바지걸이 있다고 말하면서 가지고 따라가는데,
"됐어, 그냥 놔둬. 그냥 두라니까" 라고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순간, "왜 나한테 소리를 질러요? "라고
나도 큰소리로 눈을 부릅뜨고 말했습니다.
저의 달라진 태도에 당황스러웠는지
"머 저런 게 다 있노?" 라면서 잠시 불꽃을 주고 받고는
화장실로 들어가면서 문을 세게 닫았습니다.
나도 잠시 얼음이 되어 그자리에 서 있다가
작은 방으로 들어가 누웠습니다.
잠시 후, 남편이 옷을 챙겨입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도 집에 혼자 있는 것이 불편하여
읽을 책과 수영도구를 챙겨 집을 나갔습니다.
북카페에 가서 책을 읽을까, 영화를 볼까, 수영을 할까 하다가
생각을 안하기에는 수영이 제일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영을 선택했습니다.
한시간 쯤 수영을 하고 나오니, 문자가 와 있습니다.
<이렇게 끝나는 거를...고개를
치켜들고 핏대를 올려
이기겠다고..무얼바라오?>
<비가 내리고.. 금강이
흐르고.. 고생 많았소>
멘붕, 어이없음, 화가 남, 불안감, 당황스러움...
이런 문자를 날려놓고, 전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불안하고 답답하고 불편했습니다.
'친정엄마가 계신 강원도 원주에 다녀올까'
'영화를 보러 나갈까'
'잠을 잘까'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 불안하고 불편해하고 있구나. 네가 원하는 것은 평안과 존중이었지'하며
자기위로를 하기도 하고,
제 삼자가 되어서,
객관화시켜 '남편과 나'의 문제를 바라보기도 하고,
또 지구 밖 관점으로, 지금의 삶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이럴 때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내 안에 계신 성령님!'
오늘 새벽기도에서 들었던 말씀을 떠올립니다.
"믿음으로 구하면, 이산더러 들리워 바다에 던지우라 하여도 그대로 되리라"는 말씀~
잠시 엎드려 기도를 합니다.
이런 상태로 여섯시간을 보내고,
저녁먹으러 집근처 식당으로 나오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을 되돌아 봅니다.
첫째, 처음 발단에서, 그가 큰소리로 짜증냈을때, 나의 반응에 대해서,
그 짜증은 사실, 나에 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편도 나중에 그렇게 말함)
이 짜증에 대한
이전의 나 : '왜 나한테..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속으로 생각하며,
그 순간에는 대응하지 않지만, 마음이 불편하고 억울한 느낌
오늘의 나 : '왜 나한테 소리를 질러요?' 큰소리로 말하고, 똑바로 쳐다봄.
위의 상황이 발생, 그래도 마음이 불편.
지혜로운 나 : '뭔가 짜증스런 일이 있나보다. 이건 나에 대한 반응이 아니지' 라고 생각.
안타까운 느낌만 알아줌, 좀 더 여유있게 나의 느낌과 욕구 에 집중.
이처럼, 여유있고 지혜로운 반응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둘째, 사건이 발생한 이후 시간관리에 대해서,
물론, 처음에 나를 챙기기 위해 수영을 하러 나간 일은 좋다고 생각됩니다.
그다음,
문자를 받은 이후의 여러가지 관점을 가져본 것,
나의 기분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핀 점,
그리고 하나님께 기도한 것은 좋았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그 고통을 나누는데 인색했다는 것 입니다.
주변에 가까운 사람을 찾아서 고통스런 마음을 나누었다면
조금 덜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폭풍우가 지났습니다.
밋밋한 제 소감문에 양념이 필요했나 봅니다.
출처 - http://cafe.daum.net/atlantakoreanga/IxnU/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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