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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5 (08:01:28)

이 글을 다시 보면서 그 때 첫 백일 잔치를 했던 생각이 떠오릅니다.

그때 당시에는 이 백일 잔치가 내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 백일 잔치라고 생각했지만

이 백일 잔치가 저에게는 첫번째 백일 잔치였습니다. (2011.09.21)

 

 

안녕하세요 신방김입니다.. 어제 백일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기에 글을 올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올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렇게 남들에게 알리는게 결국 내 자신을 가장 위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2008년1월11일 117일째..


무슨 얘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까.. 첫 문장에서부터 나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는 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방 앞에서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는 느낌이랄까..

아마 단도박을 시작했던 그 당시의 내 상태와 느낌도 지금과 크게 다를지는 않았으리라..

지금은 생각하지 않고 기억의 흔적들을 지우기 위해..
예전에 아팠던 느낌들이.. 예전에 다쳤던 상처가 저리기라도 하면..
의식적으로라도 다른 곳에 내 관념을 더욱 맡겨버리고 있지만...

솔직히 아직도 도박을 했던 그 마지막 날의 느낌은 생생히 기억난다..
초점을 잃어번린 내 의식과 눈빛..
어떤 확신도 없이 본전이라도 찾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 속에서 마지막 경주가 시작하기 10분전부터..
분주하게 이 창구 저 창구를 번갈아면서 한장이라도 더 사야한다는 의식만으로  경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차비 십만원만을 남겨둔 채
차를 맡겨 빌린 돈 모두를 베팅했다..

그리고.. 신은 내게 벌을 주실거라고....
차를 맡겨 빌릴 수 있는 모든 금액을 베팅했음에도 내가 선택한 마권이 들어와야 한다는 간절한 바램도 없고..
신이 내게 벌을 주실거라는 생각만 가득했던 그 느낌..
그래서 더욱.. 안들어 올거라는 불길한 확신과.. 내 정신과 몸이 경기가 끝날때까지 소스라쳤던 그 느낌..

그런데 그 떨림과 가슴 저미던 아픔들이.. 어느새 백십칠일 전의 일이 되었다..
난 그랬다.. 수십, 수백, 수천번 도박을 안한다고 다짐을 하고 신께도 간절히 간구했지만.. 늘 되풀이되는 내 모습을 보며..
'난 역시 안되나봐'라는 좌절감만 내 가슴에 차츰차츰 층을 이루어 두꺼운 벽이 되어버렸다.

책자에서 처럼.. 난 돈을 다 잃고 나면 내 자신에게 위안이 되며
난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체념을 관대하게 받아 들였다..
그리고 그렇게 나를 가엾게 여기고 나면 세상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난 다른 사람들과는 틀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와중에도..
난 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슬픔과 외로움을 지닌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내 숙명과도 같기에.. 우울함, 슬픔, 고독함, 그런 느낌들과 단어들을 나라도 사랑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라도 그 단어들과 친구가 되어줘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해주길 바랬다..
또한 나 스스로가 그런 분위기를 낯설어하지 않고.. 즐기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그건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나만이 고독하고 연민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단도박 모임을 알게된 후
이제서야 그 심리 상태가 도박과 긴밀한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건 내 숙명도.. 운명도 아니라는 것도..알게 해주었다..

언젠가 내게 이런 날이 올거라고.. 상상은 많이 해보았지만..
이렇게 그날이 현실이 되어 있다는게 난 태연한 척 하지만 정말 백일되던 날 내 자신에게 '정말 잘했어!' 라고 칭찬을 해주었다.

내겐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기쁨이었다..
3주를 못넘기고 쉴새 없이 무너졌던 내가 117일을 단도박하며 살았다는게...

백일동안..
처음에는 미칠만큼 아팠고, 죄책감과 자괴감에 짓눌려 죽고 싶다는 생각만 내 가슴 안에 담고 살았다..
베란다에서 뛰어 내려 버릴까.. 자살하면 보험금도 안나오는데... 반대편에서 오는 차에 정면으로 충돌해 버릴까..
도둑질을 할까... 으슥한 곳에서 강도짓을 할까..
다시하면 잃었던거 다시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르는데..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해볼까..
하루하루 그렇게 난 내 생각 안에서는 수십번 자살을 했고.. 극악한 범죄인이었다..
심리적으로 나는 극도의 우울감과 불안한 상태였다..

그렇게 4주가 되었을무렵  불안한 심리 상태는 극한 허무감으로 빠르게 변질되고 있었다..
돈 얘기만 나오면 주눅이 들고, '난 무뇌인이다' 라고 생각하며 길고 긴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았다..

2달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11월 중순부터.. 난 나에 대한 계획서 및 일정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내 일정표를 체크해 나갔다.
그 일정표의 가장 첫번째 목록은 단도박을 한지 얼마나 지났는지를 표기했다.

큰 목표는 배제를 하고 사소한 부분부터 체크해 나가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번씩 면도하기',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전화하지말기', '오늘 하루를 위하여 책자 읽기'..등등..
또 채무 상태를 하루에도 여러번씩 보면서 내 빚이 현재 얼마이고, 한달에 얼마를 갚아 나가야 하고
이자는 한달에 얼마를 내야하는지를 외울수 있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회사에서 야근과 주말 근무를 심하게 해 나갔고
달이 바뀌면서 내가 작성한 일정표는 사소한 지출 내역까지 기록해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군대 제대 이후 7년만에 매일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2007년 잃은 것도 많지만.. 난 그렇게 생각해본다..

어렸을때 엄마께 들은 얘기 중 '신은 그 사람이 이겨낼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주신다고..'
신께서는 나를 사랑하셔서 떡보다 채찍을 주신거고 이러한 계기로 인해 단지 단도박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변화를 주시기 위함이라고..

나 스스로 난 고독한 사람이라고 자처해왔지만 난 원래부터 고독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돈이 인생에 있어서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줘 주시기 위해 내가 소중한다고 생각하지만
돈의 진정한 의미조차 모르는 나를 위해 가져간 것이라고..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그렇게 바라던 내가 되기 위해 이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도록 도와 주신거라고.

난 아직도 빚이 있지만 솔직히 지금은 맘이 그 어느때 보다 평온하다.
좋은 사람들, 마음이 따듯한 사람을들 만날 수가 있었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귀 기울려 보기도 하고
선한 웃음을 지어보기 위해 나름 노력도 해보고..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고..
떳떳한 아들이 되겠다고....조심스럽게...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남들에게 받은 큰 도움 나도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난.. 단도박 모임의 끈을 꽉 붙들고 놓지 않아야만 하고.. 그리고.. 반드시..절대로.. 놓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이.. 내가 다시 살아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
200일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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