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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6 (00:51:48)

저에게는 너무나 뜻깊은 1주년이었습니다.

GA모임을 다니면서 거의 2년만에 맞는 1주년 잔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단도박을 하는데 열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그 열정을 유지하는게 얼마나 어렵고 필요한지를 알게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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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모임 잔치를 위해 어려운 발걸음 해주신 여러 협심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며칠전 무심코 책상 서랍을 열면서 여러 내 모습들과 대면을 하게 되었다.
스케치북에 세로로 계속 줄을 긋고 있는 5살의 초롱초롱한 아이
대학교 첫 MT를 마치고 기차역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단발 머리의 풋풋한 20살
제대가 한달 정도 남았을 무렵, 철책을 배경으로 생각보다 날렵한 포즈를 취한 채 싱긋 웃고 있는 군발이 23살,
첫 직장에서 동료들과 관악산 정상에 올라 햇살에 살짝 미간을 찡그리면서도 미소를 짓고 있는 26살의 직장인
.

그동안 나는 행복한 기억들이 생각나면 동시에 지난 날 아픔과 과오들이 쌍생아처럼
따라다녀 모든 기억들을 철저히 의식적으로 덮어버렸다.
그러다가 주기적으로 그 기억들이 얼굴을 내밀면 행복한 기억까지도 모두 아픈 기억으로 만들어 나는 불행할 수 밖에 없다라고 나 스스로가 단정을 지어버리곤 했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참 오랜만에.. 행복한 기억만을 회상하면서 그 사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것 같다..

내게는 또 다른 기억을 담은 사진이 있다.
이틀을 날새고 점심 무렵 하우스에서 나오는 길.. 그제서야 택시비 만원이 아까워 터벅터벅 걸어가며 가족끼리 손을 잡고 어딘가를 향하는 그들을 몹시도 동경하며 그들을 피했던 나.
경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경륜장으로 허겁지겁 뛰어가던 나.
회사 점심 시간 근처 인터넷 포카방을 노크를 하며 인기척이 없으면 전화를 해서 장사하냐고 묻던 나.
문득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 언젠가 얼핏 새벽까지 스크린 경마를 하는 곳이 있다는 생각해내어 아침까지 그 일대를 이잡듯 뒤지던 나.
3일 휴가를 내고 3일 내내 바다이야기 게임장에서 먹고 자고 했으면서도 결국은 출근 당일 7시까지 게임을 했던 나.
출장 가는 날 1시간 전까지 도박을 하고 허겁지겁 공항으로 택시타고 가던 나..
평일이면 퇴근 이후 도박할 때가 없는지 우리 동네는 물론이고 옆 동네까지 샅샅이 뒤지던 나.
죄책감 속에서 나보다 엄마가 더 빨리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기를 몹시도 바랬던 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엄마가 영원히 잠들기를 바랬던 나..
빚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자 길을 가면서도 온통 도둑질과 강도질 궁리만 했던 나..

적혀있는 기억보다 나열 못한 기억들이 수도 없이 많지만..
GA는 내게 이런 기억들을 가슴에 하나씩 못을 박아야만 한다고 넌지시 알려줬다.

그리고 그것은 죄책감이 아니라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한 아픔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조금씩 깨달게 되었다.
혹시라도 그때의 내 모습을 망각하여 또 다시 하게 될지 모르니..
내 가슴에 박은 못들을 영원히 빼지 말아야 한다고..

이렇게 GA는 내 가슴에 한개씩 한개씩 못을 박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또한 그 아픔을 견딜 수 있는 모르핀 주사와도 같은 묘책을 알려주었다.

나를 사랑하는 것..
나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들을 하나씩 하나씩 알려주었다.
나를 사랑하는 것 또한 단도박만큼 한번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근차근 해야한다고 일러줬다.
아직도 거울 속의 나와 눈을 마주치는게 어색하고 나를 보는 내가 여전히 두렵기도 하지만 내년 이맘때가 되기 전에 거울을 보며 꼭 말해보고 싶다.
'너 소중한 사람이야.. 그리고 괜찮은 사람이야..'

또하나 GA는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아직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나는 나 스스로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나는 비난을 받는 것이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은 더욱 더 도박을 끊을 수 없는 연결 고리와도 같은 것임을 알게되었다.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나 스스로가 그들을 등진 것이었음을 알게되었다.

1주년의 고지를 밟으면서 새로운 다짐들을 마음 속에 새겨본다.

나는 GA에 등불이 될 것이다. 
GA에 등불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죽기 위해 살아야 한다.
이젠 더이상 죽지 못해 사는게 아니라 하루하루 죽기 위해 살것이다.
나는 죽기 전에 GA에 등불이 되기 위해 그리고 나를 더욱 사랑하기 위해 죽는 마음으로 살것이다.

여러부분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그리고 해이해졌던 부분들은 다시 추스리고
다시 첫발을 내딛을 것이다.

GA 생활 2년 10개월 만에 1주년 잔치를 하면서  소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소원은 간절히 바라는게 아니라 간절히 행하는 것임을...


나를 위로 하는 날
                        - 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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