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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6 (01:52:32)

4년 전만해도 내게 이런 날이 올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바람은 있었지만..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위대한 힘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선물들을 내게 주셨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만큼만 하면 됐다가 아니라 이제 정말 본격적으로 시작이다라고 생각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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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생각이 많은 '신방김'인데 잔치가 가까워지면 더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도 그리고 신혼여행을 가서도 문득문득 나에게 있어 '단도박 2주년 그리고 그 이후'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과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잔치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할 말이 많으면서도 어디서 시작을 해야할 지 
말문을 열기가 정말 어렵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많은 생각들이 하늘에 떠 있는 구름처럼 뭉실뭉실 떠올랐다가 아스라이 사라집니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가슴이 찡합니다.
가슴이 찡해지는 이 기분이 전 마음에 듭니다.

올해 나이 34살 그리고 GA생활 3년 11개월째..
나는 과연 얼마만큼 많은 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있었을까요.
아마도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인생을 그려나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몇편의 단편적인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2011/5/26 
신혼 여행 3일차 성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영성체를 모시고 의자에 앉아 기도를 하는 순간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내가 내 세레명(성 프란치스코)의 혼이 배여 있는 성당 의자에 앉아 
그의 흔적들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의 자리가 위대한 힘께서 제게 주신 기적의 선물이라고 생각됐습니다.
'그저 감사합니다.. 진실로 감사합니다..' 라는 말 이외에 그 어떤 말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그 의자는 그저 나를 눈물나게 하는 감동의 의자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어느날입니다.
결석만은 피하기 위해 몸이 너무 아픈 나를 엄마가 학교까지 등에 업고 가셨지요
학교에서 한시간 가량 내 자리 의자에 앉아 책상에 엎드려 있다가 조퇴를 하고 다시 엄마 등에 업혀 집에 왔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건 엄마는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십니다. 그저 숙연할 따름입니다.
그때 그 의자는 학교까지 나를 엎고 오신 엄마의 등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너무나 불편한 의자였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심적으로 너무나 고통스러울 때 그저 의자에 앉아 책만 읽었습니다.
어떤 날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면서 그저 책 속에 그려져 있는 글자들과 대화를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때 그 의자는 고독과 외로움의 의자였습니다.

1997년..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대학교에 진학과 더불어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가장 아늑한 의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의자에 앉아 있는 순간에는 묘한 안정감과 아늑함이 나를 가장 편안하게 했습니다.
그 의자에 앉아 있는 횟수가 더해질수록 
나는 우월감을 넘어선 교만함과 그리고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가 내게도 와서 내 영혼 대신 
도박에서의 승리를 달라고 부르짖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나도 모르게 나 스스로가 비슷한 부류의 모든 의자들까지도 찾아 헤매다녔습니다.
내기 당구를 치면서 내 차례가 아니면 앉아서 기다리던 의자를 시작으로
동네 당구장  도박하기 위한 테이블과 의자, 
장소와 지역을 옮겨가며 담배 냄새가 완벽하게 배여버린 벽지로 둘러쌓인 하우스 안에 커다란 둥근 테이블의 의자,
약간은 어둑하고 사운드가 우렁찬 게임장에서의 아주 푹신한 의자
첫 게임 시작 30분 전 좌석 번호를 받고 아는 사람들과 옹기종기 앉은 경마장 의자
하루 전날 예약을 해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강원 랜드 안에 슬롯머신, 블랙잭, 바카/라 의자.
속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더욱 더 오기로 승부를 보고자 했던 사람도 몇명 없는 인터넷 포카방의 칙칙한 의자

시간이 지나면서 아늑함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그 의자는
어릴적 의자에서 느꼈던 불편하고 외로움을 넘어서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 외에는 병적인 고통과 거짓말, 그리고 아픔을 선사한 의자였습니다.

2007/08/15
저녁 동수원 병원 4층 의자 대신 계단에서 쪼그리고 앉아 설문지를 작성하며 협심자와 상담하던 그 날은 
아마도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처음으로 엄마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 내 얘기를 하게 해주었던 그 의자는 나를 숨통을 트여주는 의자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GA 모임 안에서 영적인 의자에 앉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의자가 영적인 의자인지 전혀 깨닫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잘모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매주 주모임때마다 혹은 타모임에 참석하고 그 영적인 의자에 앉아
다른 협심자들과 함께 모임을 하고 내가 도박 중독자 임을 시인하고 교본 공부와 일주일 반성을 합니다.
그 영적인 의자는 내가 일주일 동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줍니다.

GA모임을 통해 다른 영적인 의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종교 안에서 영성체를 모시고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하다고 기도하고..
그리고 이 영성체로 인해 정말 당신이 내 몸 안에 스며들어와 정말 당신을 닯고 싶다고 기도하고...
이와 같은 영적인 의자는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또 다른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이 영적인 의자들에서 일어나 있을때면 
전 여전히 그 아늑하고 편안하면서도 고통스럽고 거짓말과 아픔만을 선사하는 의자에 대한
기억들이 지금도 자주 생각이 납니다.
힘들 때, 화가날 때 스트레스가 쌓일 때, 도망가고 싶을 때..
더욱더 그 의자에 안고 싶다라는 생각이 나를 다그치기도 합니다.

저는 영적인 의자를 알았음에도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여 세번의 재발을 하였습니다.

2009/06/03 
세번째 재발 다음날 가족과 다른 협심자에게 재발 고백을 하고 이후 저는 이상한 편안함을 느꼈던 생각이 납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때 기분이 왜 그러 했었는지..
재발 고백 다음날 도박 중독 상담을 찾아가서 상담 선생님과 함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의자에 앉았습니다.
세번째 재발 이후 회복 12단계의 제1단계를 정말로 진실로 시인하고 인정한게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정말 살고 싶다라는 강렬한 의지가 모든 것을 시인하게끔 만든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내가 힘들때 GA에서 내밀어주었던 그 의자에 위대한 힘과 이어지는 끈을 달아 그네를 만들고 싶습니다.
나와 같은 도박중독자들,, 아직 도박중독자라고 인정하지 않은 그들이 힘들어 할때.
이젠 그네가 된 의자에 앉혀 그들이 힘들어 할때
그들 옆에 나란히 앉아 친구가 되어주고..
자기 연민과 죄책감에 고통스러워 하고 우울하고 외로워할 때 뒤에서 그네를 밀어주고 싶습니다.
그들도 나처럼 혼자가 아니고 함께라는 것을 공감하고 싶습니다.

며칠전 누군가 그런말을 했습니다.
도박을 끊기 위해 더 큰 도박을 하라고.
전 그 말에 참으로 공감을 했습니다.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고 또 "내가 바라는 나"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도박 중독자입니다
그리고 저는 삶속에서 매일매일 도박을 합니다.
예전과 같은 물질적인 도박이 아니라.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나쁜 습관을 버리기 위해,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성격 결함을 고치기 위해
더욱 더 나은 성장을 위해

제 인생을 걸고 매일매일 도박을 합니다.

전 하루하루 도파민이 나오는 것을 느낍니다.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나를 보며 도박에서 느꼈던 그 쾌감을  삶에서 느끼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때 감명 깊게 읽은 책중에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승산없는 싸움에 도전 패배할 줄 모르는 적을 상대하기 위해"

저는 절대 도박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평생동안 도박과 싸워야만 하고 그럴 것입니다.
이길 수 없지만 싸움을 유지하는 동안 나는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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